토오학원 일상합작
와카마츠 시점
윈터컵 3학년 은퇴후의 이야기
“아씨, 못해먹겠네-.”
오늘도 한바탕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윈터컵, 세이린과의 시합에서 진 후 주장, 이마요시는 다음 주장으로 와카마츠를 지목했다. 지목된 이후로 와카마츠는 아오미네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예상대로 그럴 수 없었다. 하루에 한 번씩은 트러블에 그 이상 분위기가 망가질까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았다. 진정되는 것 같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어째서 아오미네와 맞지 않은 걸까. 첫 만남 때부터 눈엣가시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에 안 들었다.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때만 와서 농구를 하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이 말이다. 기적의 세대인지 뭔지 몰라도 실력으로 눌러주면 그만이다하고 1on1을 하자고 했는데 져버렸다. 완전히, 완벽하게 말이다. 일대일이었다. 와카마츠도 나름 몸집도 크고 기에선 실력에선 눌리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신입생에게 지고 말았다. 부원들 앞에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분한 마음이 컸다. 이마요시는 와카마츠에게 다가갔다.
“내 말했데? 점마 괴물이라고.”
“알고 있다고-!!!”
과거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온 와카마츠가 옆에 있던 나무를 발로 찼다. 튼튼한 나무가 사르륵 소리를 내며 잎사귀를 떨어뜨린다. 나뭇잎들이 살랑거리며 주저앉아 자신의 발을 붙잡고 있는 와카마츠의 머리위에 착지한다. 이상하게 자신 쪽으로만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것 같아 짜증을 내면서 고개를 가로저은 뒤 일어났다. 저릿한 발 때문에 절뚝절뚝 걸으며 다른 건물로 들어간다.
“우째 난리 났구먼…….”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어?”
“내는 이미 주장도 뭐도 아니고. 주장이 된 이상 지일은 지가 알아서 하는 기다.”
“아, 그러냐.”
창문 너머에 와카마츠가 있던 나무를 쳐다보던 스사가 말했다. 물론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넘겼지만 약간의 힌트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이 여름날, 학교의 허락을 받아 체육관에서 합숙훈련이 진행 중이다. 몇몇 3학년들은 대학 입시준비 때문에 주말에도 스스로 학교로 나와 공부를 하는데 이마요시와 스사 역시 학교 도서관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 저번에 요리 실습실에서 까맣게 탄 무언가를 들고 나오는 모모이와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는 데 와카마츠와 아오미네의 트러블에 대한 대화를 듣고 어떻게 할까하고 고민을 말한 것이 떠올랐고 역시나 오늘도 역시 싸웠나보다.
“니는 아오미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노?”
“나? 그야. 기적의 세대고 농구로 사람을 기죽이는…… 농구깡패…?”
“푸하하! 농구깡패라… 그럴지도 모르겠구먼. 내는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마요시는 과거 아오미네와 와카마츠의 1on1 시합을 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괴물이란 걸 알면서도 시험해보고 싶었기에 와카마츠를 살짝 부추기니 보기 좋게 걸려든 것이다. -와카마츠 본인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스사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겼다. 그 정도로 아오미네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쩌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손가락 사이에 있는 펜이 까딱거리기만 하니 문제를 풀다가 질문하려다가 스사가 짧게 숨을 뱉었다.
“너 아까부터 같은 문제만 보고 있다?”
“아아-. 이 문제가 와이리 너무 어렵노.”
책을 덮고는 기지개를 폈다.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책을 챙겨들고 정리하고 일어서는 스사에게 빨리 가자며 재촉했다. 아까 전 보았던 나무를 보니 아래엔 유니폼 등번호 5번이 적혀있었다.
* * *
“저… 다들 식사하세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도시락을 사왔어요!”
“없는 시간한테 감사한다. 오늘은 죽진 않겠어.”
“다이짱!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사츠키. 재료를 사지 말고 완성된 것을 사와. 그게 너와 나 모두를 위한 일이니까.”
얼굴이 붉어져 아오미네에게 소리치는 모모이를 보면서 속으로는 다들 그렇다고 생각을 했다. 까만 덩어리를 들고 와 간식이라며 내밀기에 초코로 만든 간식인가 싶어 -아오미네를 제외하고- 잘 먹겠다며 달려드는데 내가 무엇을 먹고 있나 하면서 웃는 모모이 앞에서 차마 뱉어내지도 못하고 삼켜버렸던 얼마 전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모두들 도시락을 펼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식사하는 모습을 본 모모이가 아오미네에게 도시락 빨리 먹으라며 상자에서 음료수와 함께 도시락을 내밀고 다시 상자에서 음료수 여러 개를 꺼내 나눠주는 모습에 부원들은 매니저가 있어서 기쁘다는 행복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뒤늦게 들어온 와카마츠에게 다가가 도시락과 음료수를 내밀자 고맙다며 받아들었다. 사쿠라이 옆으로가 도시락을 먹는 와카마츠의 모습에 모모이는 괜히 웃었다.
2박 3일의 합숙.
와카마츠가 제안한 일에 웬일인지 모두가 찬성을 했다. 아오미네는 반강제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오늘이 이틀째인데 와카마츠와의 트러블로 현재 상황 와카마츠가 모모이에게 말했던 계획 진행률이 30%도 안 된다. 감독이야 와카마츠가 짜온 계획을 보고 일이 있으니 알아서 하라며 넘겼지만 -모모이에겐 계획 중 일어난 일들을 모두 체크해놓으라고 했었다.- 다른 팀원들하고는 어느 정도 발 하고 있지만 문제는 아오미네 였다. 쿠로코와 카가미에게 진 후, 다시 농구가 하고 싶다고 말해왔기에 예전으로 돌아갔나 싶었지만 지난 2년간의 혼자서 플레이 하는 것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팀과 함께하는 농구엔 익숙지 않은 모양이었다. 끼어들어서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주장이 된 와카마츠가 어떻게 팀을 꾸려 나갈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마요시의 말을 꺼올리게 된다. 남자란 말로 옆에서 이래저래 시키기보단 몸으로 직접 부딪쳐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약간의 도움정도 주는 건 나쁘지 않겠지. 하고 말이다.
오후 일정은 친목다지기를 위한 훈련. 이때쯤이면 모두가 어느 정도 친해질 거라 예상하고 정한 것이라 주장 와카마츠가 그랬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더 깨질지도 모른다고 모모이는 과거에 느꼈던 것과는 다른 불안감에 나눠주고 남은 음료수병을 꽉 쥐었다.
나라도 정신 차리자. 속으로 한번 내 뱉었다.
“다들 연습은 잘하고 있냐?”
식사가 끝나갈 때쯤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이마요시와 스사가 체육관으로 왔다. 후배부원들은 정리를, 선배부원들은 쉬고 있던 중에 갑작스런 3학년의 등장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다른 3학년들도 가끔 체육관을 찾았지만 그것은 초반 때 일뿐, 아예 들리지도 않는 3학년들도 있지만 이마요시와 스사는 부원들에게 있어서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서도-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전 주장이니 말이다. 한 순간 부원들이 다가가 말을 걸며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현 주장 와카마츠가 벌떡 일어나 그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니 이마요시는 손가락으로 출입구 쪽을 가리키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내 니한테 할 말 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출입구 쪽으로 나갔다.
“아오미네.”
“네.”
“니 잘하고 있나?”
“뭐 그렇죠.”
“그렇나.”
라고 뱉어내곤 부원들에게 잠시만 비켜달라며 와카마츠가 나간 출입문 쪽으로 따라 나갔다. 아까 봤던 나무 아래에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손들 흔들었다. 무슨 일로 따로 불러냈는지 아는지 고개가 살짝 바닥으로 향하고 있자 별일 아니라면서 옆에 섰다. 왠지 긴장하고 있는 굳어진 표정을 보면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간단한 인사로 대화를 시작하니 금세 활짝 핀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와카마츠는 지금 이마요시가 또 유도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체 ‘주장’이라는 단어로 이어져 있기에 공감대를 형성만을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의 입에서 원인의 이름이 나오자 이마요시는 웃었다.
“말 나온 김에 아오미네는 어떻노.”
“그 녀석 예전에 비해선 훈련에 참가를 하고 있긴 하지만 뭐가 불만인지 혼자 따로 하겠다고 짜증을 내서…”
“니는 어떻노.”
“저야 뭐 어떻게든 다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모두와라… 와카마츠 니를 꾸짖는 건 아니지만 한번쯤은 코트 밖에서 코트 안을 보는 게 어떻겠노.”
이마요시의 말에 와카마츠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해나 하지 않았으면 싶은데 말이다.
“그 말은 저보고 빠지라는 말입니까?”
역시나 였다.
“뭔 소리고. 한번쯤은 코트 밖에서 부원들이 어떻게 농구를 하는 가 지켜보라 이 말이다.”
“코트 밖에서… 말인가요?”
“세이린과의 시합 때문인지 주장이 된 것 때문인지 뭐가 니를 부담스럽게 하는 진 몰라도 세이린은 세이린, 토오학원은 토오학원이다.”
이런 대사를 내뱉는 건 이마요시에겐 어울리진 않지만 적어도 토오학원의 주장이었던 그가 말하는 거라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후에 밀려오는 오글거림은 어찌할 수 없었다. 오그라든 주먹이 펴지지 않아 이만 가보겠다는 말을 뱉어내고는 다시 입구 쪽으로 가려는데 어느새 부원들과 이야기를 마친 스사가 입구 밖으로 나와 있었다. 와카마츠 쪽으로 손을 흔들곤 스사는 이마요시에게 가자며 기숙사 쪽을 엄지로 가리키자 알겠다며 간다.
“자기 일은 자기가 스스로 해라는 주의 아니었어?”
“힌트정도는 줘야 안겠나?”
“힌트가 아니라 문제풀이 수준이던데.”
“아이고마, 피곤하구만. 빨리 가서 쉬어야제.”
슬쩍 말을 돌리는 이마요시를 보며 꼬투리를 잡으려다 대답을 하면서 기숙사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와카마츠는 전 주장, 이마요시와 함께했던 레귤러 스사를 보면서 저들과 함께 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언제까지나 선배들에게 매달리면서 살수도 없는 일이다. 현 주장이 된 이상은 전 주장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그렇기 때문에 합숙을 하자고 계획했던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라고 와카마츠는 이마요시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되새기며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 * *
코트 밖에서 지켜봐라.
와카마츠는 1,2학년들에게 시합을 시키고는 벤치에 앉아 그들이 시합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농구공에 따라 부원들의 움직임은 바빴다. 어느 정도는 모두와 함께 어우러진 플레이. 그러나 아직도 따로 노는 것을 보며 슬슬 열을 오르더니 손으로 입으로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드리블로 수비를 피해가며 골대 쪽으로 공을 던지려는 순간 짜증이 났는지 방향을 돌려 와카마츠 쪽으로 공을 던진 아오미네는 상당히 불편한 표정으로 나가버린다. 모모이는 당황해서 아오미네를 데려오겠다며 따라가고 갑작스럽게 공을 맞은 와카마츠는 벤치 뒤로 넘어가 자빠지자 옆에 있던 부원들이 놀라 다가갔다. 코트 안에서 경기하던 부원들로 들어오고 와카마츠가 상체를 일으키면서 코를 붙잡았다.
“솔직히 아오미네가 짜증부리는 것도 당연해요.”
“뭔 소릴…”
“저희도 이 합숙훈련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와카마츠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작작해라.”
다들 한두 마디씩 말을 던지며 각자 개인훈련을 하는가 하면 체육관 밖으로 나가는 등 흩어진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몰라 당황해하는 와카마츠에게 사쿠라이가 다가갔다. 왠지 모르게 안타까워하는 표정. 미안하면서도 그들의 말에 공감을 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런가. 혼자서 뻘짓을 했나. 어이, 사쿠라이.”
“네, 네?!”
“애들 들어오면 각자 알아서 훈련하라 그래.”
“와카마츠씨…….”
나 잠시 집에 아니 산책… 하아. 그냥 있다가 올게. 가루가 되어버린 와카마츠의 멘탈을 수습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아픈 코를 붙잡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면서 사쿠라이는 이번 합숙에서 와카마츠가 나가는 모습을 가장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다. 처음엔 주변 부원들도 와카마츠를 걱정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주변 부원들도 자신의 훈련만을 생각하고 있다.
혼자서 각자가 헛도는 태엽처럼 되어있는 팀 분위기에 그나마 억지로라도 이어주던 작은 태엽이 되어준 사람들의 부재가 팀의 영향을 준 것에 이 팀은 이제 어떻게 될까라는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 * *
눈에 뵈는 게 없어 학교 밖으로 나온 것도 몰랐다가 쏟아지는 소나기에 근처 카페 앞에서 비를 피했다. 창문을 통해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다가 안쪽에서 밖을 구경하던 여자와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웃다가 얼굴이 화끈거려 도망치듯 다시 빗속을 걸었다. 어디 비를 피할 곳에 없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공원 쪽에서 들리는 공이 지면에 부딪치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까 전 자신에게 공을 던지고 나가버린 아오미네가 혼자서 드리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분명 혼자서 연습을 하고 있는 건데 눈앞엔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잘못 본거라고 흐릿해진 시야 때문에 빗물을 닦아내니 역시나 혼자서 였다. 비 때문인지 공을 잘못 잡아 자신 쪽으로 굴러오는 공을 잡았다.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맨들맨들한 공이, 이어서 들리는 띠거운 목소리에 그 쪽으로 공을 던진다. 한손으로 잡는 행동에 재수 없다며 자신 역시 띠거운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 연습 하냐.”
“개인 연습이니까.”
“그러냐.”
“…….”
농구장에서 비를 맞으며 마주하고 있는 게, 게다가 사이도 그 닥인 둘이서 있다는 건 참으로 어색한 일이니 말이다. 일단 비라도 피하자며 아오미네 쪽에서 엄지로 나무가 있는 벤치 쪽을 가리키니 안 그래도 갈 거라며 먼저 뛰어간다. 와카마츠가 먼저 오른쪽 벤치 끝에 앉자 아오미네가 슬렁슬렁 걸어가며 왼쪽 벤치 끝에 앉았다. 나무 밑이라 아까보단 많이 맞진 않지만 나뭇잎 사이에서 고인 큰 물방울들이 머리위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맞으며 어색한 기류에 뻘쭘해진 둘은 아무 말도 않고 비가 쏟아지는 코트 안쪽만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주장인 내가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탈피하자. 하고 어떤 대화거리를 꺼낼까 머릿속을 짜내고 있는데 상대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와 당황했다.
“너 요즘 왜 그러냐?”
“뭣- 야 내가 너보다 한살 많-”
“우리가 아무리 따라한들 테츠들처럼은 될 수 없다고.”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알고 있다는 놈이 애초에 강하다는 놈들만이 모인 곳에서 화합을 이루자는 그런 쓰잘때기 없는 합숙훈련 따윌 세운 거냐?”
그런가. 와카마츠는 이마요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코트 밖을 나가서 보라는 건 일단 우리들의 농구 스타일을 깨우치고 그것에 맞는 플레이를 짜자는 그런 얘기였건 거다. 서로가 어울리지 않아도 각자만의 플레이에 맞춰 한 것이 토오학원의 농구가 아니었던가. 어울리진 않지만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으면서 그날의 처음으로 졌던 시합으로 인해 어쭙잖게 뒤를 쫓으려고 했으니 말이다. 주장이 되었다는 생각에 반드시 모두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생각만이 앞선 자신의 잘못을 한 반 정도는 깨우치고-그래도 남은 반 정도는 자신이 처음으로 해냈다는 자존심에 반 정도만 깨우치기로 한다.- 속이 풀리는 기분에 점점 줄어드는 소나기에 공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한판 붙자.”
“그-러던지.”
* * *
“어째서인지 따로 나갔던 아오미네군과 와카마츠씨가 함께 들어왔어요. 그리고 와카마츠씨가 저에게 합숙훈련 계획표를 달라고 하더니 모조리 다 찢어버리고는 부원들에게 각자가 하고 싶은 데로 해버리라고 했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이래도 괜찮은가 싶은 상황을 눈으로 보고 있는데 감독은 모모이의 말만 듣고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확실히 평소와 다름없는 훈련이지만 예정, 3학년이 함께하고 있을 때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내심 기뻤다. 모모이는 이제는 꾸겨지고 찢어져 퍼즐조각이 되어버린 계획표를 하나둘씩 눈으로 확인하다가 농구연습을 하는 부원들을 보며 상관없나 라고 웃으며 주머니에 넣는다. 감독과의 통화내용을 아오미네가 들었는지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며 손을 뻗어 음료수를 달라는 제스처를 하자 모모이는 괜히 손을 가리고 웃으면서 다른 손으로 음료수를 건 낸다. 그 웃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아오미네는 괜히 투덜거리면서 음료수 뚜껑을 연다. 그리고는 열린 뚜껑을 보고 있다가 피식 웃고는 들이키고 뚜껑을 닫았다. 크게 꿀꺽 마시더니 숨을 고른다. 둘은 부원들과 함께 이리저리 움직이는 와카마츠를 보다가 각자 하던 일을 마저 한다. 다른 부원들과 함께 와카마츠를 따르다 지쳤는지 물을 마시러온 사쿠라이가 아오미네를 보다가 아오미네의 농구화가 닳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것을 알아챈 아오미네가 다리를 쭉 뻗고 상체를 뒤로 눕혀 벤치에 앉아있는 모모이와 시선을 마주친다.
“뭐 필요한 거 있어?”
“내일 같이 농구화 사러 가자고.”
새로 산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이 말을 하려던 모모이는 도로 삼켰다. 일방적으로 농구화를 사러가자고 말한 뒤 다시 농구하러 가는 아오미네를 보면서,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사쿠라이, 부원들과 함께 연습하는 와카마츠를 차례로 보다가 역시 걱정이 됐는지 조용히 구경 중이던 이마요시와 스사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손을 흔들며 답인사가 왔다.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테츠군 덕분이야. 이곳엔 없지만 과거의 함께했던 좋아하는 남학생을 떠올린 모모이의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가로 젓는 행동의 의미를 모모이를 좋아하던 부원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고 각자가 자신을 보고 저러는 건가라는 오해를 낳고 있었다. 체육관 바닥에 농구화와 공 부딪치는 소리가 선배 부원들이 후배부원들을 훈련시키고 도와주는 행동들이 점점 어우러지고 있음에 그들은 자각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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