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합작 / 하나자와 류

2017. 1. 16. 00:00










 

 

*급전개 급마무리 주의

 



 

하나자와 류는 처음엔 어머니를 따라 전통 무용수가 되려 했었다. 어릴 땐 춤을 추는 것이 즐거웠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포켓몬과 함께 무용하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였다. 무용을 배우는 것은 즐겁고 그런 아름다움을 스스로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점점 집중적으로 시작할 땐,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며 밖에서 노는 것도 금지가 되었었기에, 엘리트 트레이너인 삼촌에게 받은 가디만이 유일한 친구였다.

집에서 하는 무용수업과 훈련은, 자신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쯤, 삼촌의 시합을 보았다. 멋있었다. 다시 계기가 생겼고, 어머니와의 대화 후,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받은 도감을 보면서 포켓몬에 대해 알고, 처음 시합으로 트레이너에게 져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은 즐거움이었다. 중간에 포기를 할까 했지만, 함께해주는 가디가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다.

가디와 함께라면 즐거운 여행은 점점 승부로 비중이 넘어가고 여섯 포켓몬만으로 만족을 못 해 스타팅 포켓몬을 전략을 따져서만 바꾸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리게 된 어느 날. 하나자와에겐 고민이 생겼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된 체육관 관장을 만난 것. 다른 포켓몬들로 바꿔가며 싸웠지만 가지고 있는 포켓몬으론 한계였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하나자와는 눈앞에서 자신을 보며 웃는 가디가 보였다. 가방 속에 있는 불꽃의 돌이 가디와 겹쳐 보이자 하나자와는 가방 속에서 불꽃의 돌을 꺼내려다 멈칫했다. 뭔가 잘못되었다. 알 수 없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진화를 시킨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다시는 가디를 볼 수 없고, 과연 가디 역시 진화를 원할까. 싫은데 억지로 진화되는 것이 아닐까. 다른 포켓몬들 중, 자신이 원해서 진화한 포켓몬들이 생겼을까. 하나자와는 제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잘 지냈고?”

, 어서 와.”

 

자신을 반기는 부모님을 지나 제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바닥에 던지고 그대로 누웠다. 포켓몬 여행을 떠났을 때와 같은 깔끔한 방. 그리고 책상 위엔 가족들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 또 다른 지갑이 두꺼운 것 보니 여행하다가 어머니께 맡긴 돈이겠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침대 아래쪽에선 뒤따라 들어온 가디가 여행하기 전과 같이 침대 옆에 붙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냥 여행을 떠나지 말고 어머니를 따라서 무용수를 하는 게 맞았을까. 하나자와는 피곤함에 잠을 청했다.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머리카락을 스쳐 간지럽히니 하나자와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넘기고선 몸을 돌렸다.

 

 

 

조금 춥다고 생각이 들어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니 방안은 깜깜해졌다. 집에 오자마자 인사도 없이 하나자와가 심각하다가는 걸 알아챈 부모님은 같은 트레이너인 삼촌을 불렀는지 아래층에서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삼촌이라 무슨 일이 있으면 매일 찾아오곤 했었다. 목소리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가디가 몸을 일으켜 으르렁거리며 하나자와를 보호했다. 가디에게 괜찮다며 하나자와는 몸을 일으켜 앉고 제 옆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침대 위로 올라오게 했다. 그에 반응해 가디가 제 옆으로 와서 안기려 하자 먼저 안아줬다. 노크 소리에 대답을 하니 바로 문이 벌컥 열렸다. 방의 불이 켜지니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가디는 짖어댔다.

 

어디 아픈 건 아닌 것 같고.”

어서 와요, 삼촌.”

평소엔 날 불렀잖아. 왜 집으로 온 거야? 여행 그만두기로 했어?”

그냥.”

고민 있어?”

 

으르렁거리던 가디가 삼촌인 걸 확인하고 머리를 하나자와쪽으로 내밀어 쓰다듬어달라고 비비적거렸다. 가디를 꼭 안아주고는 가디의 고운 털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따뜻하다.

아무 말도 못하니 삼촌은 하나자와 옆으로 가서 앉았다. 고민이 있는 거라면 가디 때문인 걸까. 입구 쪽에 던져놓은 가방 밖으로 삐져나온 불꽃의 돌이 존재감을 나타냈다. 하나자와가 어느 체육관에서 어떤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건, 체육관 입구 안내원과 친해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도 어릴 적, 엘리트라는 타이틀을 얻기 전에 겪었던 과정 중 하나였으니 이 고민은, 결국 자신의 몫이고, 자신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끔찍이 아끼는 조카이기에 대신 도와주고는 싶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조카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싶었다.

선택권을 빼앗지는 못해도 적어도 선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어떨까.

 

너는 무엇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거야?”

그야 당연히…….”

 

대답을 하려던 하나자와는 더는 말을 뱉어낼 수 없었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었더라. 계기가 뭐였지. 지금 눈앞에 있던 가디는 왜 있고, 허리춤에서 달그락거리는 몬스터볼들은 왜 있고 트레이닝복 안에 있는 여러 개의 포켓몬 배지는 왜 있고, 가방 속에 들어있는 포켓몬 아이템은 무엇을 위한 걸까.

 

나의 친구인 너와 여행을 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었는데.”

 

제 품이 좋다고 꼬리를 흔드는 가디를 보면서 하나자와는 가디를 더 품에 안았다.

 

가디 너는 지금 나와 여행을 하는 게 즐거워?”

 

꼬리를 흔들고 있는 가디를 보고 하나자와는 가디를 제 품에서 떼어냈다. 그럴 리가. 처음은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가디를 이용하는 것 같아 죄책감에 들었다. 지금 진화를 시키는 게 옳을까. 그게 네가 바라는 걸까.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가디가 먼저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하나자와는 가디를 따라 내려가려는데 삼촌이 하나자와를 막아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나자와의 시선이 닿은 곳은 입구 쪽의 가방, 가디는 가방 밖으로 삐져나온 불꽃의 돌이 보였다. 가디가 불꽃의 돌을 물어와 하나자와 앞에 놓았다. 그리고는 웃었다. 하나자와는 불꽃의 돌을 지나쳐 가디쪽으로 뛰어들었다. 우당탕 소리가 나면서 아래층에 있던 부모님은 무슨 일이 있나 위로 올라왔다. 문이 열리자 눈앞에서 가디를 끌어안고 엉엉 우는 하나자와와 눈물을 핥아주는 가디, 그리고 그저 웃는 삼촌을 보면서 부모님도 안심한 얼굴로 제 딸을 바라본다.

 

 

 

윈디, 너는 지금 나와 여행을 하는 게 즐거워?”

 

하나자와의 말에 윈디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나자와 손 쪽에 비비적거린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갈기가 부드럽고 포근해 하나자와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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