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6.22)고어 전력60분-약국 ★
붉은 조명과 함께 약국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의 상태를 대강 확인한다. 안대를 낀 사람, 팔과 다리에 칼자국이 난 사람, 머리카락이 뜯기다 만사람, 피부가 무너져 흐르는 사람, 팔이 뜯어진 것 같은 사람 등등 많은 손님들이 안으로 들어와 늘 그렇듯 대기표를 끊고 순서를 기다린다. 첫 번째 손님이 다 떨어져가는 팔을 뻗어 무단으로 약을 빼내려고 하기에 얼른 가서 저지하면서 어디가 아픈지에 대해 묻자 손님이 씨익 웃으면서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본다. 입을 열자 가시 같은 이가 마치 바늘을 떠올리게 되어 오싹해졌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늘 볼 때 마다 소름이 끼치는 이였다. 진통제를 달라며 데스크를 부술 기세로 쾅쾅 내려치면서 짜증을 부리자 알겠다며 진통제 한 통을 손에 꺼내어 열린 입 안으로 처넣었다. 억지로 쑤셔넣어서 그런지 약사의 손바닥이 바늘 같은 뾰족한 이에 찔리자 움찔하면서 손을 빼낸다. 침 범벅이 된 돈 뭉치를 계산대 안으로 던져넣는 약사를 쳐다보는 수많은 눈동자 중 유난히 빛을 내며 눈도 깜박이지 않는 눈동자가 있었다. 그 눈동자의 주인인, 온몸에 칼자국이 난 소녀는 약사를 짝사랑 중이다. 길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데려와준 약사에게 고마움에 찾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어느 새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모든 손님들에게 한결같은 상냥함. 어린 얼굴을 가진 외모에 키는 보통, 무엇보다 정상인으로 보인다는 것이 플러스 점수를 주었다. 사실 약사는 불사신이여서 아무리 큰 상처가나도 다시 원상복구 되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고통은 고통대로 다 느끼면서도 몸은 원상태로. 소녀는 바늘과 의료용 실로 무너져 내린 피부를 손으로 억지로 끌어올려 바늘과 실로 고정하는 약사를 보며 자신 들고 있는 커터 칼을 목 쪽으로 가져가 긋는다. 실제로는 거리가 있어 약사의 목을 그을 순 없었지만 나름 시뮬레이션을 하고 좋아한다. 황홀한 표정을 지은 소녀 옆에 있던 다음 대기자가 번호표를 들고 약사에게 다가간다. 다른 손님들은 웅성웅성 거리다가 여자가 약사에게 휘둘렀던 방망이를 소녀의 머리를 가격함으로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채고는 눈치를 보면서 또는 오늘도 시작이구나 하면서 대기표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약국 밖으로 나간다. 몇몇 손님들이 여자와 소녀를 말리기 시작하고 그중 단골손님이 몇 분전까지 약사였던 곤죽이 된 흩어진 고기 덩어리들을 무덤처럼 모아놓고 터진 눈알을 들고 어떡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멈추지 않는 싸움에 큰소리로 훈수를 든다. 걱정했다며 약사의 품에 안기는 소녀의 머리를 토닥이며 여자를 가까이 불러내 뒤돌게 하자 찢어진 옷 사이로 한 줄과 흘러내리는 피를 약 묻힌 솜으로 닦아낸 뒤 자신의 손님을 쫓아낸 벌로 계산대 옆에 있던 스테이플러를 일자로 펴서 눌러 심을 박는다. 심이 붉은 줄에 수직이 되는 한일자 들이 나열되고 다 되자 옷도 대충 스테이플러를 접어 대충 박은 뒤 마무리 한다. 그동안 소녀가 진정 됐을만도 했는데 허리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자 늘 이랬던 행동이기에 무시해버리는 신의경지에 이르러 데스크 뒤에서 포장된 약과 액체음료가 든 상자를 꺼내준다.
썩어 문드러지기 직전인 까매진 손에선 구더기가 두둑 바닥으로 소녀 머리위로 떨어지고 약사는 소녀 머리위에 떨어진 구더기를 입김으로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소녀를 옆쪽으로 옮긴 뒤 데스크위에 있는 과산화수소를 부어 구더기와 썩은 피 등을 흘려버리자 문드러진 살들도 조금씩 떨어지는 것에 눈을 찡그렸다. 징그럽거나 무서워서가 아닌 친한 사람의 아픔을 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 아닐까 싶었다. 한통을 들이붓고 통을 그냥 뒤로 던지자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간 것을 본 단골손님의 감탄사에 작게 웃었다. 솜으로 닦아 정돈을 하고 약을 바르고 약이 빨리 마르도록 입김으로 후후 불어가면서 막간의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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